2025. 8. 6. 14:11ㆍ나의 첫고양이 나의 사랑 밤톨이
📦 연재 56편: 박스와 사투를 벌이는 밤송이
“도와줄 거야?… 사진은 그만 찍고!”
고양이와 함께하는 집사의 하루는 참 예측 불가능하다. 그냥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상상도 못 할 해프닝이 터진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우리 집 둘째, 밤송이가 있다. 조용하고 얌전한 줄만 알았던 밤송이의 엉뚱한 매력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곤 한다.
오늘 소개할 에피소드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
며칠 전, 나는 추억의 장난감인 통아저씨 게임을 집에 들여왔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고양이들과 함께라면 이걸로 새로운 콘텐츠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포장을 뜯고 박스에서 구성품을 꺼낸 뒤, 잠깐 거실 바닥에 상자를 두고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던 그때…
“우당탕!!”
옆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혼돈 그 자체에 빠진 밤송이가 있었다.





박스 안을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살펴보던 밤송이는, 어찌 된 일인지 그 박스를 목에 끼워버리고 말았다. 정확히는 박스 윗부분에 있던 손잡이 구멍에 머리를 넣었다가 빠지지 않게 된 상황. 박스는 밤송이의 목에 걸린 채, 마치 조선시대 죄인에게 씌우는 형틀처럼 되어버렸고, 그 모습은 심각하면서도 어딘가 매우 귀여웠다.
밤송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스가 몸에 걸리자, 그걸 떼어내기 위해 이리저리 온 집안을 뛰어다녔다. 박스를 머리에 두른 채로 방향 감각을 잃은 듯 가구 사이를 헤매고, 가끔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그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어찌나 웃기던지, 나도 모르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 상황 속에서 나는 아주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① 당장 박스를 빼줘야 하는가?
② 이 장면을 놓치지 말고 사진으로 남길 것인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나는…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






그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고양이의 예측 불가능한 사고력과 행동은 늘 카메라에 담기기 어렵기에, 이런 찬스를 놓칠 수 없었다. 나는 최대한 빠르고 조용하게 움직이며 각도별로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박스를 머리에 끼운 채 엉거주춤 서 있는 밤송이, 박스를 흔들며 탈출을 시도하는 밤송이, 결국 지쳐 멈춰 선 밤송이까지. 사진첩엔 ‘박스냥이의 하루’가 빠르게 완성되어갔다.
한참 후, 밤송이는 지쳐 멈춰섰고, 마침내 내 눈을 바라봤다.

그 눈빛엔 분명히 이렇게 쓰여 있었다.
“집사야… 아직도 찍고 있니?”
“이제… 좀… 도와줄래?”
그제야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박스를 제거해줬다. 생각보다 단단히 걸려 있었지만, 다행히 밤송이의 귀나 털이 다치진 않았다. 박스가 빠져나간 뒤, 밤송이는 소파 아래로 쏙 들어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아마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나는 밤송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속삭였다.
“미안… 하지만 너 너무 귀여웠어.”
그 후로도 나는 가끔 그 사진을 꺼내어 본다. 웃음이 절로 나는 장면. 박스 하나에 세상이 뒤집힌 고양이의 당황스러운 표정. 그 모든 순간이 나에겐 너무 소중한 추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이 얼마나 유쾌하고 특별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날이었다.
밤송이는 여전히 호기심 많고, 엉뚱한 사고뭉치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의 하루하루를 기록하며 살아간다. 다음엔 또 어떤 소동이 벌어질까? 아마 그것도 웃기고 사랑스러울 것이다.
'나의 첫고양이 나의 사랑 밤톨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연재 58편: 방바닥에 누운 밤송이 (0) | 2025.08.08 |
|---|---|
| 연재 57편: 밤송이 관찰일기 (0) | 2025.08.07 |
| 연재 55편: 여전히 집사 배 위가 좋은 밤송이 (0) | 2025.08.05 |
| 연재 54편: 호기심 가득한 밤송이 (0) | 2025.08.04 |
| 연재 53편: 집사의 밤송이 관찰일기 (0) | 2025.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