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4. 14:58ㆍ나의 첫고양이 나의 사랑 밤톨이
🐾 연재 38편. 무더운 여름 나기 (고양이 털밀기 초보집사의 덜덜 떨리는 손짓)
- 밤톨이 와 나의 이야기 - (밤송이)
숨 막히는 듯한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나도 여집사도 밤낮으로 쏟아지는 열기에 지쳐갈 무렵, 문득 우리 집 고양이 밤톨이와 밤송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들은 온몸을 덮고 있는 털 때문에 얼마나 더울까? 가뜩이나 더위를 많이 타는 나조차 이렇게 힘든데, 털옷을 껴입은 채 생활하는 고양이들은 오죽할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그러다 번뜩 떠오른 생각! 마치 우리가 더위를 피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듯, 고양이들도 털을 시원하게 밀어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고양이 전용 바리깡을 신중하게 골라 주문했고, 며칠 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했다.
새로운 장난감을 뜯어보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포장을 뜯고 바리깡을 꺼냈다. 생각보다 작고 가벼운 것이, 왠지 모르게 다루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본 후, 바리깡을 충전기에 연결했다. 충전이 완료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이미 마음속으로 밤톨이와 밤송이의 멋지게 변신한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드디어 충전이 완료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번째 도전자 밤톨이를 불렀다. 평소 호기심 많고 얌전한 성격의 밤톨이는 낯선 물건을 보자 경계하는 듯했지만, 특별히 거부감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바리깡의 전원을 켜고 녀석의 등에 가져다 댔다. “윙-” 하는 생각보다 큰 소리에 밤톨이는 깜짝 놀라 움찔했지만, 다행히 도망가지는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조금씩 털을 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몇 번 해보니 제법 익숙해지는 듯했다. 슥슥 밀릴 때마다 뭉텅이로 잘려나오는 털들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밤톨이의 등털은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밀기도 수월했다. 그렇게 등을 시원하게 밀어주고 나니, 녀석의 매끈해진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여웠다.
하지만 문제는 배와 다리, 그리고 엉덩이 쪽 털이었다. 등은 비교적 평평해서 밀기 쉬웠지만, 배는 굴곡도 많고 녀석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혹시라도 실수로 살을 베기라도 하면 어쩌나, 피를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덜컥 겁이 났다. 밤송이 역시 배를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터라, 더욱 망설여졌다.
결국 나는 초보 집사의 한계를 절감하며 등만 밀어주는 선에서 털 깎기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녀석들의 시원한 여름을 위해 용감하게 도전했지만, 초보집사 겁 때문에 완벽하게 털을 밀어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했다. 등만 덩그러니 짧아진 밤톨이와 밤송이의 모습을 보니, 마치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아이들처럼 어색하고 불쌍해 보였다.
나는 녀석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더 많은 간식을 챙겨주며 위로했지만, 이미 망쳐버린 헤어스타일은 되돌릴 수 없었다.
밤톨이와 밤송이는 자신들의 털을 그루밍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다음번에는 더욱 용기를 내서 완벽한 털 깎기에 도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그때까지 밤톨이와 밤송이는 등만 시원한 어색한 모습으로 여름을 보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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