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5. 4. 02:54ㆍ단편
이안은 숨을 고르며 가만히 섰다.
금빛 풀들이 바람에 흔들렸고, 하늘은 여전히 주황빛이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했다.
너무 조용했고, 너무 완벽했다.
그 순간
허공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 위치 이상 감지
■ 탐색자 등급 적용: 자율 감시 대상
■ 접속자 코드: 분류 불가
■ 지연 개입 중…
이안은 눈을 찌푸렸다.
‘개입 지연...? 감정 센서?’
튜토리얼 영상에서는 이런 메시지를 본 적이 없다.
보통은 NPC 가이드가 나타나서 따뜻하게 말을 걸고,
유저는 기본 조작을 배우며 도시로 향하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안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멀리서 보이는 사람들은 여전히 웃고 있었고,
상점 거리의 NPC들은 친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동자는 어딘가 ‘고정된 채’였다.
시선은 미묘하게 빗나가 있었고,
걸음걸이는 도식처럼 반복됐다.
“…이상해.”
이안은 작게 중얼였다.
그가 본 광고는,
더 현실 같았다.
더 생생하고, 더 따뜻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세계는
너무 조용했고,
어딘가 '연극 무대' 같았다.
이안은 허공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보았다.
그러나 메시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마치 누군가 ‘그걸 보게 두었다가’,
일부러 치워버린 것처럼.
나는 지금... 뭔가 잘못된 경로로 들어온 건가?
이안은 곰곰이 생각했다.
일반적인 유저였다면, 이 메시지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베타 테스터도 아니었고, 개발자도 아니었다.
단지,
‘한 번쯤 뛰어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왜 시스템은,
그를 '탐색자'로 분류한 걸까?
이안은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
이번에는 조금 조심스럽게.
뒤에서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어.”
그리고,
그의 귓가에 희미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괜찮아. 이번엔... 끝까지 걸어봐.’
이안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만,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단지,
붉게 물든 들판과 바람 소리만이 여전했다.
──────────── SYSTEM NOTICE ────────────
[ 탐색자 프로토콜 활성화 ]
└ 감정 반응: 고조된 호기심 / 경계 감지
└ 행동 패턴: 일반 접속자와 불일치
└ 시각 피드백: 시뮬레이션 성공률 88.2%
└ 관리자 응답: 지연 중
─────────────────────────────
《루시드 월드》는 그를 반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들어선 탐험자였다.
이제,
이안은 ‘정해진 길’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그를 향한 첫 번째 시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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