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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월드》 프롤로그: 처음으로 뛴 날

2025. 5. 2. 20:24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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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항상 세상의 반 템포 뒤에서 살았다.

몸이 느리다고 해서 마음까지 늦는 건 아니었지만, 현실은 마음의 속도를 받아주지 않았다.

열두 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의 사고 이후, 그의 다리는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세상은 불편해졌고, 계단은 거대한 벽이 되었고, 사람들의 시선은 '응원'이라는 이름 아래 지나치게 따뜻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자유를 꿈꿨다.

침대 위에서 영화를 보고, 휠체어 위에서 책을 넘기고, 한 손으로 VR 기기를 쓰다 보면 머릿속은 언제나 어디든 날아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머릿속'의 이야기였지, 몸 전체로 느낄 수 있는 자유는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루시드 월드의 광고를 처음 보았다.

"당신의 상상이 곧 현실이 됩니다." - Aether Inc.

하늘을 나는 소년, 빛나는 갑옷을 입은 소녀, 심해를 유영하는 고래 떼와, 그 모든 장면을 웃으며 지켜보는 유저들.

그는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날 밤,
이안은 브라운관 앞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도, 저기… 가고 싶어."

그리고 6개월 후,
그는 진짜로 접속 허가를 받았다.

Aether Inc.의 루시드 기어 베타 실험 프로그램.
지체 장애인 대상 테스트 유저.

그는 조건도 따지지 않고 신청서를 넣었고, 운 좋게도 선발되었다.

루시드 기어를 착용한 날,
이안은 자신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했다.
그러나 곧, 마음속의 목소리가 말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뛰어봐야 하잖아.”

그는 버튼을 눌렀다.
세상이 빛으로 무너지고,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그리고 그는—
처음으로, 뛸 수 있었다.

노을 진 언덕 위에서,
부드러운 풀밭 위에서,
무게도 고통도 없이.

이안은 달리고, 또 달렸다.

누군가의 환영도,
Aether의 기술도,
그 어떤 기적도,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단지, 달리고 있었다.

자유롭게.

그렇게 《루시드 월드》에서의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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