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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17편. 창밖으로 스며드는 작은 행복

2025. 5. 23. 08:00나의 첫고양이 나의 사랑 밤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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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17편. 창밖으로 스며드는 작은 행복

– 밤톨이의 조용한 일탈 – 밤톨이와 나의 이야기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물이다. 특히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밤톨이에게 집이라는 공간은 세상의 전부이자,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안식처였다. 낯선 소리나 움직임에는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막상 문을 열고 넓은 바깥세상으로 나가려고 하면 어김없이 뒷걸음질 치며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녀석에게 집 밖은 미지의 세계이자, 넘어야 할 수많은 장벽으로 둘러싸인 두려운 공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밤톨이의 작은 눈은 늘 창밖을 향하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길게 드리우는 오후, 혹은 시원한 바람이 은은하게 불어오는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창가로 다가가 자리를 잡고 앉아, 좁은 유리창 너머의 세상을 하염없이 응시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미세한 움직임, 경쾌한 새들의 노랫소리, 활기 넘치게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까지, 밤톨이의 호기심 어린 눈빛은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놓칠세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때로는 창문에 앉아 졸다가도, 갑자기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은 영락없는 고양이 같았다.

 

밤톨이의 그런 간절한 시선을 알아챘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녀석에게나마 작은 일탈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주변이 조용해져, 집 앞 골목길에 사람들의 통행이 거의 없을 시간대를 틈타 창문을 살짝 열어두거나, 현관문을 아주 조금만 열어 바깥 공기를 맡게 해주곤 했다. 혹시라도 녀석이 뛰쳐나갈까 염려되어 항상 주의를 기울였고, 방범창이 튼튼하게 설치된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밤톨이가 안전하게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그렇게 문틈이나 창문을 통해 바깥 공기가 집 안으로 스며들면, 밤톨이는 귀신같이 그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쏜살같이 달려왔다. 현관문이 살짝 열린 틈으로는 작은 머리를 조심스럽게 들이밀고, 킁킁거리며 바깥세상의 낯선 냄새를 탐색했다. 풀 내음, 흙냄새, 때로는 멀리서 풍겨오는 꽃 향기까지, 녀석의 작은 코는 마치 정교한 센서처럼 미세한 공기의 흐름을 따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창문을 활짝 열어주면 밤톨이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창틀에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아,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미동도 없이 바깥 풍경을 감상했다. 두 눈은 반짝였고, 작은 귀는 주변의 모든 소리에 집중하는 듯 쫑긋 세워져 있었다.

 

특히 붉은 노을이 온 세상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저녁 시간, 밤톨이는 마치 마법에 걸린 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과 그 아래로 펼쳐진 작고 소박한 풍경들을 녀석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어쩌면 녀석의 작은 가슴속에도 넓은 세상에 대한 희미한 동경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녀석의 작은 어깨가 더욱 뭉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창가나 문 앞에서 잠시 동안 바깥 공기를 마시며 세상을 구경하던 밤톨이는, 어느 순간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하곤 했다.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꼬리는 몸통 옆으로 가지런하게 놓은 채,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 앉아 마치 갓 구운 따뜻한 식빵처럼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그런 밤톨이를 보며 "밤톨이가 식빵 굽는다"라고 부르며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마 밤톨이에게 그 짧은 시간은, 낯선 바깥 세상의 기운을 안전하게 느끼면서도, 자신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영역 안에서 안정을 만끽하는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비록 밤톨이가 자유롭게 드넓은 세상을 탐험할 수는 없었지만, 창문과 문틈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바깥 세상을 조심스럽게 경험하는 녀석의 모습은 늘 안쓰럽고도 사랑스러웠다.

작은 틈새로 스며드는 신선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잠시나마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행복을 느끼는 밤톨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녀석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녀석의 소소한 행복을 묵묵히 지켜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곤 했다. 밤톨이에게 창밖은 작고 제한적인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녀석은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고, 잠시나마 자유를 꿈꾸며 평화로운 식빵을 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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