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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새 글 작성하기]

2025. 4. 16. 10:23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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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새 글 작성하기]

제목 없음
작성자: 나
작성일: 00:14


“이젠 너 자신에게 편지를 써.”

그 말이 올라온 날,
블로그는 처음으로
하루 종일 조용했다.

아무 글도 없었다.
처음엔 이상했지만,
밤이 깊을수록 깨달았다.

이젠,
내가 써야 할 차례라는 걸.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블로그의 [새 글 작성하기] 버튼을 눌렀다.

처음엔
누구에게 써야 할지 몰랐다.
주희에게? 윤하에게?
그 하얀 체육복을 입은 아이에게?

하지만 아니었다.

결국, 내가 가장 미뤄왔던 건
나 자신이었다.


안녕. 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너는
아마도 조금 덜 울고,
조금 더 솔직해진 버전일 거야.

너,
되게 오래 참았지.

웃고 있는 척,
괜찮은 척,
다 지난 일인 척.

그런데 사실은
그 어떤 일도 ‘지나가지 않았던’ 거
너도 알고 있었지?

그 애들이 널 미워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도
넌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잖아.

주희가 널 이해해도,
윤하가 널 잊었다 해도,
너는…
너 자신을 비난하느라
계속 그 자리였지.

그래서 말인데,
이젠 좀
그만 울어도 될 것 같아.

눈물도 너무 오래 있었으면
부패하거든.

너는
괜찮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도 괜찮아.

그건 약한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거야.

이제는
너도 너에게 손 내밀어야 해.

계단 아래에 울고 있던 그 아이,
누군가의 사진이 된 친구,
눈 한번 마주쳐줬으면 했던 사람들—

그들 안에 있던 너를
이제는 네가 꺼내줄 차례야.

그러니 오늘 밤,
딱 한 번만이라도
너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해줘.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이제 울지 않아도 된다고.


[저장하기]

“게시할까요?”
예.

화면이 꺼지고,
방 안이 조용해졌다.

주인공은 처음으로
그 어떤 알림도 기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오늘은
스스로의 목소리로,
자신에게 말을 걸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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